[프리즘] 6가 다리, 개통보다 안전
지난달 10일 LA다운타운에는 약 6년 동안 5억8800만 달러를 들여 재건한 6가 다리가 열렸다. 성대한 개통식과 함께 통행이 시작된 6가 다리는 코로나19가 불러온 폐쇄와 위축의 시기가 저물었음을 상징하는 듯했지만 오래지 않아 혼란에 빠졌다. 구름다리의 왕복 4차선에서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자동차 스턴트가 난무했다. 제자리에서 뒷바퀴를 회전시켜 타이어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번아웃(burnout), 제자리를 빙빙 돌며 도로에 타이어 자국을 그리는 도넛(donut) 같은 스턴트가 굉음 속에 경쟁적으로 벌어졌다. 그러다 자전거 도로로 돌진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런 일들이 한적한 밤에 벌어지는 것도 아니다. 차가 꽉 막히는 시간에도 버젓했다. 22일 저녁에는 순식간에 200여명이 몰려들어 다리를 점거하고 불법 불꽃놀이와 낙서를 했다. 아치에 올라가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주차 금지 지역에 무단으로 밤샘 주차를 해 충돌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다리는 도시의 역사와 성격, 지향점을 담고 있다. 6가 다리도 그렇다. 보일하이츠와 다운타운을 잇는 6가 다리 아래로 LA강과 101번·5번 프리웨이가 지난다. 대개 다리 아래로는 강물이 흐른다. 6가 다리 아래에도 LA강이 흐르지만 유수량이 많지 않아서 푸른 강물 대신 프리웨이와 자동차가 흐른다. 자동차 문화가 꽃핀 LA다운 다리 풍경이다. 그러니 재개통 이후 6가 다리 위의 혼란을 자동차 문화의 (일시적인) 과도한 분출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6가 다리의 혼란은 코로나19 이후 법질서의 일부가 무너진 또 다른 현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통제가 풀리면서 LA에도 증오범죄와 미행 강도, 떼강도 같은 혼란과 불안이 증가했다. 코로나19는 고비를 넘겼지만 2년여 동안 지속한 비정상의 정상과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했던 예외의 홍수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그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지속하고 있다. 개통 16일 만에 일시 폐쇄됐던 6가 다리는 불법의 경계선을 슬쩍 넘어도 될 것 같은 느슨한 분위기가 아직 곳곳에 남아있다는 증거다. 공권력의 대응도 깔끔하지 못했다. LA경찰국(LAPD)은 수시로 다리를 폐쇄하고 있다. LAPD는 26일 “불법 행위와 공공 안전 우려 때문에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27일 통행이 재개하면서 LAPD는 “상황을 지켜보며 일일 단위나 야간 단위 폐쇄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6가 다리는 길게는 며칠, 짧게는 2시간 동안 폐쇄가 반복됐다. 미리 공지한다고 해도 언제 폐쇄될지 모르는 길은 길이 아니다. 체포된 범죄자가 풀려나 다시 범행을 하는 등 공권력이 이전의 일관성과 단호함을 되찾지 못하는 양상이 6가 다리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에릭 가세티 시장은 개통식에서 공공 이벤트에 따른 통행 제한이 잦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의 최대 기능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하는 것이지 이벤트 개최가 아니다. 6가 다리는 새로운 시대의 다리다. 자동차에 전적으로 통행권을 주었던 이전과 달리 자전거와 도보자에도 통행의 권리를 보장했다. 개방형 도로는 환영할 일이지만 안전 기준을 낮춰도 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중앙분리대가 없는 왕복 4차선 공간은 결과적으로 자동차 스턴트를 감행할 여지를 주었다. 차도와 자전거 도로 사이의 안전장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된 플라스틱 튜브가 전부였다. 균열이라는 구조적 안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리를 새로 만들었지만, 통행 안전에는 실패했다. 밤이 되면 아치 20개에 불이 들어오고 6가 다리는 허공에 빛나는 불의 리본으로 바뀐다. 그 모습은 아름답겠지만, 안전 없는 장관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안유회 / 에디터·국장프리즘 다리 개통 la다운 다리 다리 아래 공공 안전